2025년,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빠졌다.
그 빈자리를 연기금이 채워넣었다.
1월 1.8조, 2월 1.8조.
폭락장이 오면 하루에 4,000억을 샀다.
2026년 1월, 같은 연기금이 1.75조를 팔았다.
그렇다. 연기금은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그런데 빠져나가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의지가 아닌 구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 연기금의 실제 움직임이다.
2026년 1분기 연기금 순매수
| 월 | 순매수 | 비고 |
|---|---|---|
| 1월 | -1조 7,527억 | 코스피 강세, 차익실현 |
| 2월 | +9,240억 | 순매수 복귀 |
| 3월 | +850억 | 소폭 순매수 (3/26 기준) |
| 1분기 누적 | -7,437억 | 포지션 유지, 미세 조정 |
출처: 한국거래소(KRX) 투자자별 거래동향
1월에 팔았다. 2월에 다시 샀다.
누적으로는 약 7,400억 순매도.
하지만 263조 원의 포지션은 그대로다.
빠져나가지 않았다. 아니 빠져나갈 수 없었다.
국민연금의 구조를 숫자로 보면 이렇다.
국민연금 핵심 구조
| 항목 | 수치 | 비고 |
|---|---|---|
| 기금 적립금 | 1,458조 원 | 2025년 말 기준 |
| 국내주식 목표 비중 | 14.9% | 2026년 기금위 의결 |
| 목표 배정 금액 | 약 217조 원 | 1,458조 × 14.9% |
| 실제 국내주식 | 263.7조 원 (18.1%) | 목표 대비 +3.2%p 초과 |
| SAA+TAA 상한선 | 19.9% | 14.9% + 3%p + 2%p |
| 리밸런싱 기준 제정 | 2019년 | 당시 기금 713조 → 지금 2배 |
출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목표 14.9%. 실제 18.1%. 상한선 19.9%.
원칙대로라면 초과분을 팔아서
비중을 맞춰야 한다.
이것을 리밸런싱이라 부른다.
2026년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팔아야 하는데 팔지 않겠다는 선언.
현행 리밸런싱 기준은
기금이 713조 원이던 2019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1,458조 원.
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매도 물량이 시장을 흔든다.
현재 18.1%는 상한선(19.9%) 안에 있다.
기계적 매도의 트리거는 아직 발동되지 않았다.
연기금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네 가지 족쇄가 있다.
네 가지 족쇄
| 족쇄 | 핵심 | 현황 |
|---|---|---|
| 목표 비중 | 14.9% 배정 — 빠지면 매수 여력 증가 | 축소안 철회, 전년 유지 |
| 보험료율 인상 | 9% → 9.5% (매년 +0.5%p, 2033년 13%) | 여유자금 130.9조 원 |
| 중기자산배분 | 상반기 기금위에서 재검토 | 장기 축소 vs 단기 유지 |
| 정치적 제약 | 대량 매도 → 여론 폭발 | 지급보장 법제화 직후 |
첫 번째, 목표 비중이라는 규칙.
14.9%. 기금위가 정한 이 숫자는
올해 국내 주식에 얼마나 매수할지를 결정한다.
코스피가 빠지면 비중이 떨어지고,
비중이 떨어지면 목표까지의 간격이 벌어지고,
간격이 벌어지면 매수 여력이 생긴다.
시장이 빠질수록 연기금은 더 사야 하는 구조.
2026년 1월,
기금위는 당초 계획했던 14.4%를 철회하고
전년과 동일한 14.9%를 유지했다.
축소가 아니라 유지.
해외 주식 비중은 38.9%에서 37.2%로.
그 몫을 국내 주식과 채권으로 돌렸다.
두 번째,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총알 장전.
2026년 1월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올랐다.
1998년 이후 28년 만의 첫 인상이다.
매년 0.5%포인트씩, 2033년까지 13%에 도달한다.
보험료가 오르면 기금 유입액이 늘어난다.
늘어난 돈의 14.9%는 국내 주식으로 간다.
2026년 여유자금만 130.9조 원.
파이프라인이 정책으로 고정되어 있다.
총알은 매년 더 많아진다.
세 번째, 상반기 중기자산배분의 의미.
기금위는 매년 향후 5년의 자산배분 목표를 재결정.
2025년 5월에 의결된 중기안은
2030년 말 기준 주식 55%, 채권 30%,
그리고 대체투자 15%.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4년 15.4% → 2025년 14.9%
→ 2029년 목표 13.0%.
하지만 2026년 1월,
축소안을 철회하고 유지를 택했다.
상반기 기금위에서 이 방향이 변경 혹은 유지가
하반기 수급의 판도를 결정한다.
네 번째, 정치경제적 제약.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코스피가 빠진다. 그리고 여론이 폭발한다.
해외 투자를 늘리면 달러를 사야 한다.
원화가 약해진다. 그것도 여론 리스크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구조적으로 사야만 하는 상태.
이 구조가 주는 것. 하방 경직성.
시장이 빠질수록 매수 여력이 생기고,
외국인이 팔 때 연기금이 받아주는 완충재.
개인투자자 심리의 앵커.
“연기금이 사니까 바닥은 있다.”
이 구조가 빼앗는 것.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발견 기능이 왜곡.
빠져야 할 주식이 빠지지 않는다.
“연기금 방어선”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
개인이 이 시장에서 배우는 것이
투자가 아니라 의존이 될 수 있다.
리밸런싱 유예는 한시적이다.
유예가 풀리는 순간,
비중 초과분의 수조 원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장기 방향은 축소다. 2029년 목표 13.0%.
단기에 방어벽을 세우고 있지만,
장기에는 그 벽이 낮아진다.
2026년 1분기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1월에 1.75조를 팔았다.
2월에 다시 9,200억을 샀다.
연기금은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하지만 263조 원의 포지션은 그대로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의지가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조가 바뀌는 순간을 알려주는 것은
뉴스도 아니고, 전문가의 전망도 아니다.
숫자다.
상반기 기금위의 비중 결정.
리밸런싱 유예의 해제 여부.
매달 KRX에 찍히는 연기금 순매수.
연기금이 시장을 받치는 동안 해야 할 일은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 구조가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묻는 것이다.
[관련 글]
참고: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개선방안” (2026.1.26 기금위 의결).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내주식 투자현황 (2025.12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KRX), 투자자별 거래동향 (2026.1~3월). 정책브리핑, “국민연금기금 운용, 해외주식 비중 줄이고 국내주식 늘린다” (2026.1.27). 본 콘텐츠는 교육/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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