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역사 ③] 주유소는 왜 달러만 받는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리터당 가격을 확인하고, 카드를 긁고, 출발한다. 그런데 만약 전 세계 주유소에서 단 하나의 카드만 받는다면? 비자도 안 된다. 마스터카드도 안 된다. 오직 한 은행이 발행한 카드. 기름을 넣으려면 그 카드를 가져야 하고, 그 카드를 얻으려면 그 은행과 거래해야 한다. 그 은행이 미국이고, 그 카드가 달러다.석유를 통한 신용의 창출. 네로는 … Read more

유가 100달러, 한국은 준비되어 있는가?

“Sorry… No Gas Today.” 1973년 미국 오리건주의 한 주유소에 붙은 안내문. 욤키프르 전쟁 발발, OPEC이 석유를 무기로 쓴 뒤 미국의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었다. 53년이 지난 2026년 3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었다. WTI는 100달러를 넘었고, 브렌트유는 105달러. 전쟁 전 70달러대에서 한 달 만에 40% 올랐다. 서울의 기름값은 1860원/리터 돌파.불과 30일만에 15% 상승. 한국은 이 위기에서 특별히 … Read more

[인플레이션의 역사 ②] 오락 한 판에 2,000원

어릴 적 오락실을 좋아했다. 어두컴컴한 오락실. 버블버블. 작은 공룡 두 마리가 거품을 쏘며 적을 가두는 게임이었다. 한 판에 50원. 동전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다. 몇 년 뒤 게임들은 100원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500원. 지금은 한 판에 2,000원이라고 한다.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동전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것이 경제의, 돈의 원리라는 것을 어린 시절에는 … Read more

돈은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

항생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의사들은 기적을 목격했다고 생각했다. 폐렴 환자가 하룻밤 만에 열이 내렸다. 패혈증 환자가 일어나 걸었다. 페니실린 한 방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더 썼다. 감기에도 썼다. 예방 차원에서도 썼다. 가축 사료에도 넣었다. 결과는 역설이었다. 약을 많이 쓸수록 약이 듣지 않게 되었다. 세균이 내성을 가졌고, 결국 아무 약도 듣지 않는 슈퍼버그가 탄생했다. 돈도 같다. 경기가 … Read more

[인플레이션의 역사 ①] 네로의 은화

와인에 물을 타면 처음엔 아무도 모른다. 한 잔, 두 잔. 맛이 조금 싱거워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와인이라 믿는다. 하지만 물을 타는 손이 멈추지 않으면어느 순간, 잔에 남는 것은 와인이 아니다. 그저 빛깔만 비슷한 와인과 물 그 사이 무언가다. 서기 64년. 로마 황제 네로가 한 일이 정확히 이것이었다. 로마 제국의 화폐는 은화 데나리우스였다. 군인의 … Read more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히틀러를 만들었다

1919년 6월,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 연합국은 독일에 전쟁 배상금을 선고했다. 1,320억 금마르크. 당시 달러로 330억 달러. 영국 협상단의 젊은 경제학자 케인즈는 조약문을 읽으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독일이 실제로 갚을 수 있는 금액은 기껏해야 그 4분의 1 수준이라는 결론. 케인즈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두 달 만에 한 권의 책을 써냈다. 《평화의 경제적 결과》. 그는 이 조약을 … Read more

빚을 갚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역설

1929년 10월 16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선언했다. “주가는 영구적인 고원(permanently high plateau)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매물이 하루에 1,640만 주가 쏟아져 나왔다. 역사는 그날을 블랙 화요일이라 부른다. 피셔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학자였다. 몇 주 만에 전 재산을 잃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에서 참패한 바로 그 사람이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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