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천 년 전,
인류는 한 가지를 발명했다.
밀을 심는 것이다.
그 전까지 인간은 사냥꾼이었다.
눈앞의 먹잇감을 좇아 달렸다.
잡으면 살고, 놓치면 굶었다.
오직 직감과 반사신경이 생존을 결정했다.
밀을 심은 인간은 달라졌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대고, 기다렸다.
수확까지 몇 달.
그 사이에 날씨를 관찰하고, 토양을 기록하고,
다음 해의 파종 시기를 계산했다.
사냥꾼은 본능으로 생존했다.
농부는 기록으로 생존했다.
인류 문명의 전환점은 도구가 아니었다.
관점의 전환이었다.
“좇는 것”에서 “측정하는 것”으로.
지금 우리는 주식시장을 본다.
뉴스를 쫓고, 이슈에 반응한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매수 버튼을 누른다.
잡으면 환호하고, 놓치면 후회한다.
1만 2천 년 전의 사냥꾼과 다를 것이 없다.
데이터와 AI의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창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다.
나도 그랬다.
약 10년 전,
나는 좋아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팔았다.
돈은 벌었지만, 왜 벌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수익은 운이다.
운은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적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 기관의 자금 흐름.
신용의 팽창과 수축.
주식시장에서 돈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10년이 지났다.
나만의 기준이 생겼고, 나만의 도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어쩌면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사냥꾼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기록하기 위해서다.
시장을 측정한 기록.
시대를 읽은 기록.
자금의 흐름을 추적한 기록.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은 남는다.
기록하고, 수정하고, 또 기록하는 것.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것뿐이다.
이 서재에서는
매주 시장의 자금흐름을 데이터로 기록한다.
돈의 역사를 읽고, 화폐의 본질을 묻고,
투자의 원칙을 세우는 과정을 나눈다.
외롭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그것이 투자이고, 어쩌면 삶이다.
1만 2천 년 전,
인류는 사냥을 멈추고 씨앗을 심었다.
그것이 문명의 시작이었다.
측정하라. 예측하지 마라.
— 측정하는 투자자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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