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가족의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돈이 사람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만드는지,
아들은 똑똑히 보았다.
재산을 둘러싼 다툼 속에서 아버지는
재산도, 가족도, 친구도 잃었다.
아버지는 유약한 사람이었다.
세상의 거친 물살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긴 것은 재산이 아니라 가훈 한 줄이었다.
“정도(正道)를 가라.”
아들은 결심했다.
정도를 따르되,
아버지처럼 유약하게 살지는 않겠다고.
이것은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에 담긴
한 독자의 이야기다.
책의 본문이 아니라 독서록에 적힌 개인의 기억이다.
그러나 이 짧은 서사 속에 창업의 본질이,
아니 삶의 본질이 응축되어 있다.
장병규는 대구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입학한 수재였다.
1997년, 석사과정 중 선후배 7명과
자본금 1억 원으로 네오위즈를 창업한다.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은
8개월 만에 1억 원 매출을 올렸고,
‘세이클럽’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검색엔진 기업 ‘첫눈’, 벤처투자사 ‘본엔젤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까지.
* 블루홀(현 크래프트)
네 차례의 창업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가 말하는 스타트업의 정의는 단순하다.
“소수가 열정과 몰입,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집중하는 것.”
주당 100시간의 몰입은
40시간의 2.5배가 아니라 5배라고 그는 말한다.
1년간 주 100시간을 쏟으면
대기업 5년치 경험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문장은
성공 공식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관찰이다.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이나,
스타트업에 속한 개인의 평균은 성공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망한다.
그것은 통계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했던 개인은 기술을 익히고,
시장을 읽는 눈을 기르고, 실패에서 배운다.
회사는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
실패한 스타트업 출신이 다음 스타트업에서
핵심 인재가 되는 순환.
장병규는 이것을 생태계라 부른다.
“가진 자의 전략과
갖지 않은 자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
대기업은 시장을 지키는 전략을 쓴다.
스타트업은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써야 한다.
자원이 없으니 속도로 승부하고,
규모가 없으니 집중으로 승부한다.
정면 돌파가 아니라 빈틈 공략이다.
약자에게는 약자의 싸움법이 있다.
여기서 아버지의 가훈이 다시 떠오른다.
“정도를 가라.”
아버지가 말한 정도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돈 앞에서 사람을 잃지 않는 것.
재산을 두고 가족이 칼을 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말…
그러나 아들은 거기에 한 줄을 덧붙였다.
“유약하지 않게.”
정도는 나침반이지만,
나침반만으로는 풍랑을 건널 수 없다.
방향을 아는 것과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은 다른 문제다.
장병규의 스타트업론도 결국 같은 말을 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나 시행착오가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
실패에서 배우되, 실패에 머물지는 마라.
방향은 정도(正道)로, 속도는 전력(全力)으로.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정도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자자에게 부풀린 숫자를 보여주지 않는 것.
동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는 것.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것.
그것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손해처럼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손해다.
그러나 네 번 창업하고 네 번 모두 사람이 따라온
장병규의 이력이 증명하는 것이 있다면,
정도는 가장 느리되
가장 멀리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유약했고,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세 글자는
아들의 삶에 박혔다. 정도(正道).
아들은 그 세 글자를 들고
세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유약함을 벗어던지되 정도는 놓지 않기로 하면서.
돈이 사람을 잔인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 없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순 속에서 정도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이든 인생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
미즈노 남보쿠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바른 길 한 줄을 물려주는 것은,
어쩌면 가장 무거운 유산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한때 도전했고, 실패했다.
그 실패가 나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10년 동안, 시장을 측정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도전에 있어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 장병규,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넥스트웨이브미디어). 본 콘텐츠는 교육/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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