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0월 16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선언했다.
“주가는 영구적인 고원(permanently high plateau)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매물이
하루에 1,640만 주가 쏟아져 나왔다.
역사는 그날을 블랙 화요일이라 부른다.
피셔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학자였다.
몇 주 만에 전 재산을 잃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에서 참패한 바로 그 사람이
대공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명석함과 탐욕이 한 사람 안에서 충돌한 비극.
1920년대 미국은 ‘광란의 시대’였다.
자동차, 라디오, 전기제품이 쏟아졌다.
1922년 ~ 1929년 공업 생산량은 70% 증가했다.
할부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소득을 앞질러 소비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더 광적이었다.
전체 투자액의 10%만 자기 돈으로 내면
나머지 90%를 증권사에서 빌려 살 수 있었다.
10배 레버리지.
주가가 10% 오르면 수익률 100%.
10% 떨어지면 원금 전액 소멸.
증권사들은 이 마진 대출의 이자율을
20%까지 올렸다.
주가가 계속 올라야만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
1921년 63이던 다우지수는
1929년 9월 381까지 치솟았다. 8년 만에 6배.
택시 운전사부터 구두닦이 소년까지 주식을 샀다.
1929년 10월, 붕괴가 시작되었다.
주가가 떨어지자 담보 가치가 줄었고,
증권사가 마진콜을 발동했다.
추가 담보를 낼 돈이 없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매물이 쏟아지자 주가가 더 떨어졌다.
더 떨어지니 또 마진콜이 왔다.

피셔는 이 소용돌이의 가장 잔인한 비밀을 포착했다.
디플레이션이 실질 부채를 증가시킨다.
물가가 10% 하락하면,
빚의 명목 금액은 그대로인데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실질 부채 부담은 약 11% 늘어난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빚을 갚으려 자산을 팔면,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물가가 떨어지고,
갚아야 할 빚의 실질 무게는 오히려 더 커진다.
빚을 갚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역설.
1933년 피셔가 발표한 ‘부채 디플레이션 이론’의 핵심이다.
주가 폭락 자체가 대공황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재앙을 만든 것은 연방준비제도였다.
1929년부터 1933년 사이
미국의 통화량(M2)은 33% 증발했다.
약 9,000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예금자들은 저축을 잃었고,
기업은 자금줄이 끊겼고,
해고가 해고를 불렀다.
후버 행정부의 재무장관 앤드루 멜론은 말했다.
“노동을, 주식을, 농부를, 부동산을 청산하라.”
69년 뒤인 2002년,
버냉키는 밀턴 프리드먼의 90세 생일에 고백했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FED가 대공황을 일으켰습니다.”
1930년에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통과되었다.
수입 관세를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했으나,
각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세계 무역량은 3분의 1로 줄었다.
1932년 바닥.
다우지수는 최고점 대비 89% 증발.
실업률 25%. 농지 40%가 압류 상태.
하루에도 수천 건의 주택이 차압되었다.
판자촌이 대도시 외곽에 들어섰고,
사람들은 그것을 ‘후버빌’이라 불렀다.
피셔의 이론은 9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그것은 부채 위에 세워진 버블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투자자들은 주가만 보았다.
주가가 오르니까 괜찮다고 믿었다.
그러나 진짜 위험 신호는 주가가 아니라
신용 팽창의 속도에 있었다.
마진 대출이 3년 만에 3배로 늘어나는 동안,
그 레버리지의 역방향이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아무도 계산하지 않았다.
주가를 보지 말고, 신용 팽창의 속도를 보자.
빚이 자산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순간이
진짜 위험의 시작이다.
피셔는 이 진실을 이론으로 증명했고,
전 재산을 잃어가며 몸으로 검증했다.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경제학자의 경고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투자자의 유일한 특권이다.
참고: Irving Fisher, “The Debt-Deflation Theory of Great Depressions” (Econometrica, 1933). Milton Friedman & Anna Schwartz, “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963). Federal Reserve History, “Stock Market Crash of 1929”. 본 콘텐츠는 교육/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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