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산책하는 방법

한 남자가 시골길을 걷고 있다.
느긋한 걸음. 그 옆을 개 한 마리가 따라간다.

개는 가만히 못 있는다.
앞으로 뛰었다가, 뒤로 돌아왔다가,
옆길로 샜다가, 다시 주인에게 달려온다.

주인은 변함없이 같은 속도로 걷는다.

산책이 끝나면 둘 다 같은 곳에 도착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남긴 가장 유명한 비유다.
주인은 경제. 개는 주식시장.
장기적으로 둘은 같은 방향으로 간다.
단기적으로 개는 언제나 오버슈팅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개만 쳐다본다는 것이다.


나도 개만 쳐다봤다.

10년 전, 나는 매일 호가창을 들여다봤다.
분봉이 뛰면 심장이 뛰었고,
음봉이 내리면 손가락이 굳었다.
개가 앞으로 뛰면 쫓아갔고,
개가 뒤로 돌면 같이 돌았다.

수익을 냈다. 그리고 잃었다.
그리고 다시 벌었다. 또 다시 잃었다.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쫓아다닌 것은 개였다.
주인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본 적이 없었다.


코스톨라니는 시장의 참여자를 두 부류로 나눴다.
소신파와 부화뇌동파.
독일어로 “단단한 손”과 “떨리는 손”.

소신파에게는 네 가지가 있다.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행운(Glück).
넷 중 하나라도 빠지면 떨리는 손이 된다.

시장이 떨어지면 공포에 팔고,
시장이 오르면 탐욕에 산다.
장기적으로 소신파가 이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떨리는 손이 공포에 팔아치운 주식을 줍기 때문.

과거의 나는 떨리는 손이다.
생각은 있었지만, 인내가 없었다.
돈은 있었지만, 기준이 없었다.

나는 이제 개가 아닌 주인을 먼저 본다.
경제와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 기관의 자금 흐름.
신용의 팽창과 수축.
개가 아닌, 주인의 걸음을 추적한다.


코스톨라니는 시장을 한 줄로 요약했다.

“돈 + 심리 = 추세.”

유동성이 풍부하고 심리가 긍정적이면 상승한다.
둘 다 없으면 하락한다.
하나만 있으면 횡보한다.

93년을 살며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냉전을
모두 겪은 사람의 결론치고는 놀랍도록 간결하다.

하지만 간결하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모두가 공포에 떨 때 사야 하고,
모두가 축배를 들 때 팔아야 한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나는 감정 대신 데이터를 선택했다.
공포를 느끼는 대신 공포를 측정한다.
그리고 탐욕에 휩쓸리는 대신 탐욕의 크기를 잰다.

코스톨라니가 직관과 경험으로 읽었던 것을,
숫자로 추적한다. 방법은 다르다.
그러나 보려는 것은 같다.

개가 아니라 주인을, 소음이 아니라 방향.


코스톨라니는 이런 질문을 남겼다.

“바보가 주식보다 더 많은가,
주식이 바보보다 더 많은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시장을 봐야 한다.
개가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주인이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를.

단단한 손은 그 걸음을 믿는다.
떨리는 손은 개를 쫓는다.

나는 주인을 본다, 유심히.


참고: André Kostolany, Die Kunst über Geld nachzudenken (한국어판: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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